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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와 인 더 하우스 속 가족 해체 (중산층, 교육, 위선)

by mongshoulder 2025. 7. 3.

영화 인 더 하우스 포스터 사진

 

영화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 특유의 서늘한 시선으로 프랑스 중산층 가정의 허위성과 위선을 파헤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글쓰기 수업이라는 단순한 구도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상상과 현실이 뒤섞이며 중산층 가족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글쓰기라는 창작 행위를 통해 타인의 삶을 해체하고, 관찰하고, 이용하는 과정은 프랑스 사회의 교육 현실과 계급 구조를 드러내는 메타포로 읽힙니다. 이 글에서는 ‘인 더 하우스’ 속에 담긴 프랑스 중산층의 가족 해체 양상, 교육 시스템의 모순, 그리고 사회 전반에 퍼진 위선의 정서를 집중 분석해보겠습니다.

중산층 가족 해체의 서사적 상징

‘인 더 하우스’의 주요 서사는 학생 클로드가 동급생 라파엘의 가정에 관심을 가지며 시작됩니다. 그는 라파엘의 집에 놀러가며 부모의 일상적인 행동을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써내려 갑니다. 이 글은 단지 작문 과제가 아닌, 감정적 침입이자 해체의 시도입니다. 클로드는 글 속에서 중산층 가족의 겉보기 화목함 뒤에 숨은 감정적 단절과 권태, 그리고 도덕적 허영을 하나씩 드러냅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중산층은 안정적인 삶과 문화적 교양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영화는 그 내부가 얼마나 허약하고 표면적이며 무감각한지를 보여줍니다. 라파엘의 어머니 에스텔은 외로움과 지루함 속에서 클로드에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며, 아버지 역시 가부장적이지만 무기력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진심으로 연결되지 않고, 각자 외로움과 침묵 속에 머물러 있는 이 구조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프랑스 중산층 가정의 몰락입니다.

이러한 해체는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의 정서적 단절과 무관심에서 비롯됩니다. 클로드는 단지 이를 조명했을 뿐, 본질적 균열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관객은 이 가정이 ‘평범함’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많은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나 중년 여성의 역할이 지루하고 기능적인 존재로 축소된 현실은, 프랑스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중산층의 가족이 더 이상 안정과 신뢰의 상징이 아닌, 감정적으로 해체된 껍데기임을 보여줍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침묵과 위계

클로드와 제르망의 관계는 단지 교사와 학생을 넘어, 창작의 윤리와 권력 구조의 상징입니다.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에 매혹되고, 점차 그 글을 ‘지적 유희’로 소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학생의 내면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보호하려는 자세보다는, 글의 완성도와 창작적 충격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됩니다. 이는 교육이 갖춰야 할 기본 윤리를 잃어버린 모습이며, ‘관찰’이라는 미명 하에 학생을 정서적으로 이용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프랑스 교육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엘리트 중심’이며, 이론 중심의 교육이 강합니다. 클로드는 이 구조 안에서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글을 쓰지만, 정작 그 글은 스승이라는 권위에 의해 검열되고, 통제되고, 동시에 부추겨집니다.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계속 써라, 더 자극적으로 써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그 책임은 회피합니다. 이는 교육이라는 시스템이 학생에게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와 반응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징합니다.

특히 ‘글쓰기’라는 창작 행위가 타인의 삶을 침해하고, 그것을 공공의 자리에서 판단받게 만드는 과정은, 교육이 지닌 무형의 폭력을 보여줍니다. 클로드는 글을 통해 라파엘 가족을 해체시키지만, 누구도 이 과정에서 멈추거나 반성하지 않습니다. 결국 교육은 창작과 감정, 윤리와 권위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침묵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이 구조는 프랑스 사회 전체가 가진 지식 계급의 자기만족적 위선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위선과 관음성, 그리고 사회의 무감각

‘인 더 하우스’는 근본적으로 ‘관찰’과 ‘관음’의 차이를 탐구하는 영화입니다. 클로드는 ‘관찰자’라는 명목으로 타인의 사생활에 침투하고, 제르망은 ‘지도자’라는 명분으로 그 과정을 묵인하거나 즐깁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합리화하며, 사회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프랑스 사회는 위선과 자기정당화로 가득 차 있으며, 감정적인 무감각은 일종의 자기방어처럼 작용합니다.

특히 글을 통해 타인을 해체하면서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과정은, 문화 지식층의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감정적 윤리’는 서로 충돌하며, 영화는 그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는 인물들의 차가운 태도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감정이 해체된 가정, 정서적 거리를 두는 교육자, 침묵하는 사회는 결국 ‘무감각’이라는 하나의 정서적 공통분모로 연결됩니다.

관객이 느끼는 불편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됩니다. ‘인 더 하우스’는 자극적인 사건 없이 서서히 불쾌함을 쌓아가며, 결국 관객 스스로가 ‘관찰자’이자 ‘공범’이라는 자각에 도달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삶을 상상하며 판단하고 있었는가? 감정 없는 지성의 함정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인물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결국 ‘우리 모두가 그 집 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 더 하우스’는 단순한 심리 스릴러나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라, 프랑스 중산층 사회의 구조적 결함과 감정적 해체를 예리하게 비추는 작품입니다. 가족, 교육, 창작, 지식, 관찰이라는 주제를 통해 영화는 위선과 무감각의 세계를 차갑게 드러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개인의 내면을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지금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